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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직리뷰 : 솔직한 서울 술집 리뷰

1월의 사케바, 일본 소주에 취하다

목차
- 1월의 사케바, 그 인연에 대하여
- 그래서 뭐 마셨는데? 일본 소주 추천
- 그래서 뭐 먹었는데? 안주 추천

1월의 사케바, 그 인연에 대하여

이 곳과의 인연은 2021년 어느 반팔에 가디건 걸치던 어느 봄쯤부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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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핫한 해산물집을 알음알음 찾아 갔던 어느 날.

오픈런을 했는데도 한참을 기다렸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마주한 안주의 양이 너무너무 적어서

배에도 간에도 기별이 가지 않아 크게 실망했던 날.

2차는 무언가 안전빵으로 가고 싶어서(그렇지 않으면 극대노할 각) A의 추천으로 찾아간 것이 첫걸음이었다.

 

당시에는 오픈한 지 2주 남짓되었나 했을 때였는데도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흑석(중앙대)근방에서 다른 사케바도

운영하고 계셨다는.상당한 내공이 있으셨던 것이었다.

 

그래서? TMI에서 말해주고 싶은 결론이 뭔데?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작년 5월에 갔다가 9월에 갔다가 1월에 또 가서 블로그까지 쓰는거면 말이 필요하겠니?"

이 곳의 사장님께서 A의 대학시절 단골집인 골목안을 운영하셨던 탓에, 신규 오픈 소식을 일찍이 접하고 방문할 수 있었다. 첫 방문 이후로도 약 두 세번을 가고 나서야 이렇게 나만 알고 싶었던 술집을 이제는 소개한다. 왜냐구? 사장님이 새해를 빌어 부자가 되셔서 우리 집앞에도 분점 내주셨으면 좋겠으니까!

 

인생 첫 사케바의 경험은 오니슈에서

  •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양녕로 267 1층 오니슈 (상도역 4번 출구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 메인 주류 : 사케
  • 메인 안주 : 제철 해산물 요리(시메사바, 단새우 우니 etc. )외
  • 좌석, 규모, 환경 : Only 다찌석, 10인 미만 수용, 모던, 깔끔,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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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장님께서는 舊 미니스톱인 BGF 리테일에 오래 근무하셨다고. 오랜 근무 기간 동안 일본 출장을 다니시다 일본 소주와 사케바의 매력에 퐁당 빠지셨지 모야? 그래서 언젠간 꼭 나고 자란 흑석에서 조그마한 사케바를 차려서 일본 소주를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하셨는데, 그렇게 탄생한게 1호 골목안-2호 오니슈라고. 특히 2호 오니슈를 차리실 때에는 골목안보다 고객이 느낄 환경에 신경을 쓰고 싶었고, 그래서 이런 감성+고급짐 넘치는 가게를 선보이셨다고 한다. 골목안과 부부동맹관계지만, 메뉴는 조금 더 하이엔드로 꾸리셨다고 하신다.

 

28 인생에 사케바는 처음이다. 술을 워낙 좋아하는 탓에 주종을 가리지 않는 내게도 금단의 영역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사케였다. 청하나 백세주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돈을 주고 사케를 먹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것. (심지어 공부할 시절 일본인 친구들도 한국 소주를 더 많이 마셨다구) 

"사케가 별로면, 안주가 괜찮으니 일단 따라와!" 라는 A의 위풍당당(?)함에 일단 들어가 보았고, 나의 사케 첫경험은 성공 그 자체였다. 사실 사케도 사케였지만, 가게의 분위기에도 굉장히 집착하는 편인 내게 분위기와 인테리어까지도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사케잼민이 나에게도 입맛에 맞는 찰떡 사케를 살뜰하게 추천해주시는 사장님! 이런 공간이 사케바라면, 나 대한민국 사케바 모두 점령해볼래!

 

그래서 뭐 마셨는데?

입구에서부터 보이던 줄 서있는 사케들이, 다찌자리에 앉으면 더욱 다양한 라인업으로 전시되어 있다. (설렌다)

그런데 난 사케고 일본소주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니까.."뭐야 나 뭐 마셔야돼?" "이거 한 병씩 사 마셔야해?"라고 묻는 내게 A는 말했다.

"자자^^...일단 메뉴를 한 번 볼까? 메뉴엔 설명이란 게 있고, 여기엔 잔술이라는 게 있어^^..."

그랬다. 사케도 한 잔씩 시킬 수 있었다! 특히 이 곳 오니슈에서는 잔술의 선택지도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와씨 이렇게 섞어 마시다보면 내일 숙취 장난 아니겠는데..? 하지만 숙취 무섭다고 술 못마실 우린가? 일단 쭉쭉 시키면서 술술 마셔본다. 무얼 마셔야 할 지 모르겠을 때에는 평소 취향을 말씀드리면, 사장님께서 몇 가지를 추천해주시고, 아주 자세히 비교도 해주신다. 그래서 사케/일본소주 초보여도 전.혀. 부담 없음!

 

먹어 치워버리자아!!!!

아래는 사케/일본소주 입문자가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술!

 

다이야메. 리치향이 아주 찐하게 올라오는 사케로, 식전주로 아주 GOOD. 목넘김은 깔끔한데 콧구멍에 남아있는 향은 아주 진한 과일향이다. 식중주로도 많이 마신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달달한 술을 식중에 먹는걸 선호하진 않아(특히 일식,한식) 에피타이저로 딱 한 잔하기 좋지 않았나...

 

세키토바. A가 아주 좋아하는 사케인데 고구마 소주라 그런지 꼬수운 향이 아주 좋다. 특유의 알코올 향(화한 향..?)은 적으면서도 깔끔 고소한 맛이 아주 내 취향이기도 해서, 이건 바로 병으로 시켜 마셨다구! 특히, 해산물과의 조합이 끝내줬다.(사실 세키토바는 튀는 맛이 아니라 어떤 안주와도 찰떡!!!)

 

아오카게. 보리로 빚은 소주. 그 중에서도 상당히 묵직한 향과 넘김을 자랑하는데, 아마 숙성을 3년이나(?)해서가 아닐까 싶다. 고구마나 쌀로 빚은 소주같은 경우는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는데, 아오카게는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뒤이어 소개할 안주인 아게다시타케(표고튀김)와의 조합이 아주 좋았다. 아오카게를 온더락으로 마시면 맥아의 향이 올라오면서 묘하게 맥주 마시는 느낌이 나서, 맥주를 취급하지 않는 오니슈에서는 맥주의 빈자리를 채워볼 수 있는 소주였다.

 

고쿠. 보리소주란 이런 맛이야!라고 알려주는 소주. 보통 보리소주를 처음 마셔보는 분들께 추천되는데, 전일본공수JAL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10년 간 대표 주류로 제공될 정도로 유명한 술이라고. 위스키와 비슷한 향도 올라와서 어떤 안주와도 찰떡으로 어울리면서도 부담이 없다.

 

코탐바. 밤을 숯불로 구워서 대나무 숯으로 여과해서 만든 소주. 밤으로 만든 술이라곤 알밤막걸리밖에 몰랐다면 코탐바는 어떨까. 목넘김은 부드러운 편에 속하지만, 밤의 함량이 무려 30%이상인 만큼 향만은 묵직하다. 밤향 첨가물 아니고 진짜 밤이 들어갔다고 하니, 고급스러운 밤향을 술과 함께 즐기기엔 이보다 나은 선택지 찾기 쉽지 않을듯. 얼음 또는 물과 함께 섞어 마시는것(미주와리,오유와리)을 추천한다! 

 

설레는 안주의 등장
자, 이제 안주를 소개하지.

기본 안주만 봐도 그 집의 맛이 보인다

오니슈의 기본 안주는 땅콩 소스가 올라간 미역 줄기. 원래 꼬들꼬들한 식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역줄기만 두 번 리필해주시면 메인 나오기 전에 잔술 두 잔 정도는 해치운다.

영혼의 단짝, 단새우와 우니 (35,000원)

혹시 이 조합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에 연어알(이쿠라)까지 더해진 삼합조합, 아니 김까지 더해진 사합조합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이 안주는 거의 방문할 때마다 시키는데, 보통 제철이 아니면 아쉬울 수 있는 우니와 단새우인데도 단 한 번도 아쉬웠던 적이 없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가 필요없이 부드럽지만 또 탱글한 단새우가 10미, 우니가 무려 한 줄이다. 이게 단 3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 맛도 가격도 시키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우울할 땐 고기앞으로, 돼지고기 찜 샤브(25,000원)

오니슈의 새로운 시그니쳐 메뉴. 주 메뉴가 해산물들이었고, 든든하게 먹는 메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오니슈에서 새롭게 선보이신 육류 메뉴라고 한다. 볶음이 아니라 찜이기 때문에 사케와 조금 더 어울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물론, 주문 즉시 바로 쪄서 나오기 때문에 시간은 조금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풀때기를 사랑하는 우리로서는 최고의 메뉴일 수 밖에 없다.

 

숙주, 가지, 느타리&팽이 버섯, 나물을 돼지고기와 함께 쪄서 두 가지 소스에 찍어먹는다. 개인적인 호는 간장소스보다 땅콩소스에 있는데, 번갈아가며 찍어먹는 맛도 훌륭하지만 워낙 심플하고 건강한 맛이라 간장소스까지 더해지면 보신하는 느낌까지 가버려서… 땅콩소스에 퐁당 찍어먹으면 약간 몸을 더럽히는 느낌이 아주 좋다(?!) 약간 기름진 땅콩소스가 입에 남아 있을 때 이를 깔끔히 씻어주는 일본소주 언더락을 입에 머금으면 유려하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

 

겉바속쫀 표고 튀김, 아게다시타케 (15,000원)

오니슈의 대부분 안주들은 주로 날 것 그대로거나, 찜,탕 요리기 때문에 먹다보면 좀 느끼한게 땡긴다.사실 이 때가 바로 몸에서 기름을 필요로 할 때! 그래도 이쯤되면 보통 배는 부르기 때문에, 가라아게까지 가고 싶진 않은 마음도 있다. 이 때 바로 제발! 입으로 직진시켜주어야 하는 메뉴가 아게다시타케이다. 겉바속쫀부의 대명사고, 표고향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위에 올려주신 가쓰오부시가 향을 극대화한다.

사실 이외에도 거진 모든 안주를 다 먹어봤는데, 보통 만취로 끝내는 날이 많아 사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메뉴만 추려 추천하고 추가 추천은 보류해본다. 튀김까지 먹었는데도 입이 심심하다 하면? 시메사바나 타코와사비, 청어알젓 추천!

 

그래서 오니슈는?

Only 다찌자리인만큼 다수 방문보다는 2인 방문을 추천하며, 1차 2차 방문 모두 무난하다. (다만, 1차로 간다면 통장 잔고 쪼곰 더 챙겨가야할듯) 사케/일본소주가 처음인 분들께, 그리고 흑석/상도 근방에서 제대로 맛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일식 안주를 맛보고 싶은 분들께 자신있게 소개해봅니다:)